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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타이틀3

||0||0  목자 한 사람이 문지방으로 나아온다. 그는 눈을 보호하기 위하여 팔을 이마높이까지 올리고 공중을 쳐다본다.
달빛에 눈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러나 그 달빛이 어떻게나 강렬한지 눈이 부시다. 특히 일반적으로 컴컴한 울 안에서 나오는 사람은 눈이 부시다. 목자가 동료들을 부르니 모두 문으로 나온다.
각 연령층과 덥수룩한 남자 한떼다. 청소년들도 있고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이상한
사실을 이리쿵저리쿵 말하는데 나이가 더 어린 사람들은 무서워하고, 특히 열 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년은
울기 시작하여 나이 많은 사람들의 놀림을 받는다.
  “뭐가 무서우냐? 바보야”하고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말한다. “하늘이 조용한 걸 보지 못하니? 넌 달빛을
본 일이 한번도 없단 말이냐? 넌 알을 품은 암탉의 날개 밑에 있는 병아리처럼 늘 엄마 치마꼬리나 쥐고
있었단 말이냐? 하지만 너 별별일 다 보게 될 거다! 내가 한번은 레바논 산맥 쪽으로 훨씬 더 멀리 가고 있었다.
난 올라가고 있었다. 난 젊어서 걸어도 피곤하지가 않았지. 그 시절에는 내가 부자이기도 했지‥‥어떤 날 밤,
난 빛을 보았는데 그 빛이 어떻게나 강한지 난 엘리아가 불수레를 타고 돌아오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하늘이 온통 불타고 있었다. 한 노인이 -그 노인은 엘리아였다-내게 이렇게 말했다. ‘멀지 않아 세상에 큰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하고. 그리고 우리에겐 그것이 로마 군인의 도착이라는 사건이었다.
아! 너도 오래 살면 별일 다 볼 거다‥‥.”

그러나 목동은 더 이상 노인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가 이제는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과연 그는 문지방을 떠나 그 뒤에 숨어 있던 실팍한 목자의 어깨 뒤에 살짝 빠져 나와서 헛간 앞에 있는
울막은 목장으로 나온다. 그는 하늘을 쳐다보며, 몽유병자같이 또는 그를 온전히 사로잡는 어떤 것에 정신을
빼앗긴 것같이 걸어간다. 어느 순간 그는 “오!”하고 외친다.
그리고 팔을 약간 벌리고 화석된 것같이 서 있다. 다른 목자들은 놀라서 서로 바라본다.
  “아니 대관절 저 바보가 왜 저러지?”하고 누군가 말한다.
  “내일 저 녀석을 제 어머니한테 도로 데려다줄 테다. 미친놈한테 양들을 지키게 하기는 싫거든.”하고
다른 한 사람이 말한다.
  그러자 앞서 말한 적이 있는 늙은이가 이렇게 말한다. “가서 보고 나서 판단하세. 자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깨우고 몽둥이들을 가져오게. 어쩌면 못된 짐승이나 강도들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그들은 도로 들어가서 다른 목자들을 불러 가지고 횃불과 곤봉들을 들고 나온다.
그들은 아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저기, 저기”하고 어린 아이는 미소지으면서 말한다. “나무 위에 있는 저 불빛을 보세요.
달빛을 타고 오는 것 같아요. 가까이 오고 있어요. 아이고 참 아름답기도 하다!”
  “나는 좀 더 환한 불빛 밖에 보이지 않는데.”
  “나도.” “나도”하고 다른 목자들이 말한다.
  “아니야. 난 몸둥이 같은 물건이 보이는데”하고 또 다른 사람이 말하는데,
그는 마리아에게 양젖을 준 목자임을 알아본다.
  “처‥‥천사예요!” 하고 어린 아이가 외친다. “내려와 가까이 오고 있어요‥‥땅에 엎드리세요!
하느님의 천사 앞에 무릎을 꿇읍시다!”

목동들의 무리에서 길고 공손한 “오!”소리가 들리고, 그들은 얼굴을 땅에 박고 엎드리는데, 그들은 나이를
더 먹은 만큼 이 발현에 더 놀란 것 같다. 더 젊은이들은 무릎을 꿇고 천사를 쳐다보는데, 천사는 점점 가까이
와서 큰 날개를 펴고 둘러친 담 위 공중에 멈춰 선다. 날개는 천사를 둘러싸고 있는 흰빛 속에서
횐 진주빛으로 빛난다.
  “두려워 마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불행을 가져오지 않아요 나는 이스라엘 백성과 이 세상의
모든 백성에게 큰 기쁨의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천사의 목소리는 밤꾀꼬리의 목소리를 반주하는 듣기 좋은 하프소리 같다.
“오늘 다윗 고도(古都)에 구세주가 나셨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천사가 날개를 더 활짝 펴고
기쁨으로 마음이 설레는 것같이 날개를 흔드니 빛나는 금은 보석이 비오듯 쏟아지는 것 같다.
초라한 목장 위에 개선문을 그려 놓는 참다운 무지개이다.

 “‥‥그리스도이신 구세주가 나셨어요.” 천사는 더 반짝이는 빛으로 빛난다. 이제는 움직이지 않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그의 두 날개는 청옥색 바다 위에 움직이지 않고 있는 두 폭의 돛과 같고,
타고 있는 두 줄기 불꽃같다.
  “‥‥그리스도, 주님!” 천사는 빛나는 그의 날개를 접고, 마치 진주로 지은 옷을 금강석으로 지은
웃옷으로 가리듯이 날개로 몸을 가리고, 가슴을 두팔로 감싸고 경배하기 위한 것처럼 숙였기 때문에 접힌
날개 윗부분에서 드리워진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이제는 대영광송(Gloria) 한번 욀 만한 동안 움직이지
않는 길고 빛나는 형체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천사가 움직인다. 그는 날개를 다시 펴고, 빛이 천국의 것과 같은 미소로 피어나는 얼굴을
들고 말한다. “당신들은 이런 표로 그분을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베들레헴 뒤편에 있는 초라한 외양간에서
당신들은 배내옷에 싸여 짐승들의 구유에 누여 있는 아기를 볼 것입니다. 메시아에게는 다윗 고도에는 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이 말을 하면서 천사는 엄숙해 지고 침울해 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하늘에서 그와 비슷한 천사들의 무리가 -아아! 얼마나 굉장한 무리인가!- 내려온다. 천사들이
환희하며 사닥다리 모양으로 내려와 그들의 낙원의 것과 같은 빛으로 달빛을 보이지 않게 한다.
천사들은 예수의 탄생을 알린 천사 둘레에 모여서 날개를 흔들고 향기를 풍기며, 음악적인 화음을 들려주는데,
거기에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가 모두 모여 있으나, 천천히 낭랑한 목소리들이다. 그림이 빛이 되려는
재료의 노력이라면, 여기서는 아름다운 곡조가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음악의 노력이며,
이 아름다운 곡조를 듣는 것은 천국을 아는 것이다.

거기에서는 모든 것이 사랑으로 조화되는데, 이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나와 지복을 누리는 사람들에게
퍼지고, 그들에게서 하느님께로 돌아와 “저희들은 당신을 사랑합니다!”하고 말하는 것이다.
  천사들의 “영광” 노래는 점점 더 번지는 음파로 고요한 들판에 빛과 같이 퍼진다. 새들도 이 빛을 환영하기
위하여 그들의 노래를 합치고 양들도 미리 찾아온 이 태양을 맞이하기 위하여 그들의 울음소리를 곁들인다.
그러나 나는 이미 동굴에서 소와 나귀에 대하여 생각했던 것처럼, 이것은 짐승들이 사람으로서뿐 아니라
하느님으로서 그들을 사랑하시려고 그들 가운데 오신 그들의 창조주께 인사를 드리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천사들이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 동안 노래소리도 작아지고 빛도 줄어든다‥‥
목자들은 다시 제 정신이 된다.
  “들었어?”
  “가볼까?”
  “짐승들은 어떡하구?”
  “뭐! 별일 없을 거야.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게 가세!‥‥”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아기가 오늘 났구, 또 베들레헴에서 방을 구하지 못했다구 천사가 말하지 않았어?” 그러자 이번에는 양젖을
준 목자가 말한다. “가세 내가 아네. 나는 이 여자를 보았는데, 불쌍한 생각이 들었네. 나는 이 여자가 방을 얻지 못할 걸로 생각했기 때문에 여자를 위해 어떤 장소를 일러주었어. 그리구 남자에게는 여자에게 먹이라고 양젖을 주었어. 그 여자는 아주 젊고 대단히 아름다워. 우리한테 말한 천사만큼 착할 게 틀림없어. 양젖과 치즈와 어린
양과 무두질한 양가죽을 가지러 가세. 그 사람들 틀림없이 매우 가난할 거야, 그런데‥‥내가 감히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아기가 얼마나 추울 지 누가 아나! 그리고 내가 아기 어머니에게 하찮은 여인에게 말하는 것처럼
말한 것을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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