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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최양업신부의 여덟 번째 편지 (4)

이처럼 어른에서부터 어린아이들까지 40여 명이 모두 고문을 받았는데, 모두가 끝까지 항구하지는 못하였습니다. 편태와 곤장의 고문을 받아 정신과 의식을 잃은 상태의 신자들에게 천주교를 안 믿겠다는 말 한마디만 하라고 옆에서 있던 고문자들이 을러댔습니다. 그러면 초죽음이 되어 자기들이 무슨 대답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된 그들은 관원들이 불러준 배교의 말을 받아 그대로 중얼거린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즉시 자유로운 몸으로 석방되지는 아니하였습니다.

제 동생 야고보도 곤장 3대를 맞을 때까지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끝내는 고문에 못 이겨 정신을 완전히 잃고 아무 의식이 없을 때 배교의 말이 나왔습니다. 고문자들은 야고보가 의식이 깨어나도록 약을 주고 풀어 주었습니다.

첫번째 심문이 다 끝나자, 관원들과 포졸들은 관청에 모여서 의논하였습니다. 그러고서 프란치스코를 감옥에서 불러내어 천주교 책 한 권을 내밀면서 "여기 네가 믿는 천주교 책이 한 권 있는데 네가 읽는 것을 우리가 듣고 싶어서 이렇게 모였으니 한번 읽어봐라."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는 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여 마치 잘 차린 훌륭한 잔치에 초청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웃으면서 책을 펴들고 목청을 가다듬어 낭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가 하도 열심으로, 하도 감격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그가 읽는 것을 듣던 외교인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그 처참하고 무시무시한 상황 속에서조차 그렇게도 자유롭고 깨끗한 기쁨을 자아내게 하는 천주교를 자발적으로 극구 찬미하였습니다.

프란치스코가 읽기를 끝마친 다음에 포졸들이 마리아에게 책을 주면서 읽으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가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핑계로 읽기를 거절하자 관원들은 "아니 저렇게 훌륭한 회장 부인이 글을 읽을 줄 모른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빈정거렸습니다.

프란치스코는 40일 이상 참혹하고 혹독한 고문을 헤아릴 수 없이 여러차례 당하였으나 끝까지 요지부동한 항구심으로 견디어냈습니다. 그래서 고문자들은 그에게 바윗덩어리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이 박해 중에 이러한 별명이 붙여진 찬란히 빛나는 순교자가 두 분 있었습니다. 즉  프란치스코와 조신철(趙信喆) 카를로 입니다.  프란치스코는 함께 감옥에 갇힌 이들에게 자기가 죽을 시간을 미리 예언한 대로 1839년 9월 12일에 감옥에서 영광스럽게 순교하여 서른여덟의 나이로 운명하였습니다.

(저의 어머니) 이 마리아는 조선의 유명한 이씨 가문에서 출생하였는데 그 가문에서 유명한 인사들이 여러 명 배출되었습니다. 그 중의 한 분이 단원 이존창(李存昌)이었습니다. 그는 첫 선교사 신부님이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조선에 오기 전에 시골 지방에서 전파하는 사제의 직분을 집행했던 분입니다.

1784년의 일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나온 천주교 서적들을 연구하여 천주교의 기본 교리를 터득한 이벽(李檗)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이승훈(李承薰)이 북경에 가서 그곳 주교님을 찾아갔습니다. 북경 주교님은 이승훈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에게 주요한 천주교 교리를 가르치고서 세례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많은 천주교 서적도 주면서 조선에 돌아가 사도의 직분을 수행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북경에서 조국에 돌아온 이승훈은 열성은 많았으나 교리에 대해서는 무지한 탓으로 조선에서 천주교회를 잘못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여러 사람을 사제로 만들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이존창이었습니다. 이존창은 후에 이와 같은 일이 잘못임을 깨닫고 뉘우치면서 영화로이 순교하였습니다. 이존창의 집안이 처음에는 모르고서 가짜 사제를 냈으나 나중에는 진짜 사제들이 탄생된 것입니다. 그의 딸 멜라니아는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조모이고, (최양업 신부님의 모친) 이존창의 사촌누이 멜라니아의 조카딸입니다.

이 마리아는 4남 6녀 중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남성처럼 씩씩한 정신을 타고났는데 열여덟 살 때에 프란치스코와 결혼하였습니다. 마리아는 집안을 지혜롭게 꾸려나갔으며 식구들간에 불화없이 지내게 했습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향과 재산을 모두 버리고 극도의 궁핍과 굶주림 가운데 험한 산 속으로 방황하기를 수년을 거듭하였는데도 이 모든 것을 기쁘게 참아 받았습니다.

남편을 따라 먼 곳으로 이사갈때나 먼 길을 걸을 때 어린 자식들이 굶주림에 지쳐서 칭얼거리면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와 요셉이 이집트로 피난가시던 이야기와 갈바리오산에 십자가를 지고 오르시는 예수님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식들에게 인내심과 참을성을 키워주었습니다. 남편이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며 부부가 한 마음 한뜻으로 화목하게 살았습니다.

마리아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남편을 여의고 살아 남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하였습니다. 포졸들이 집을 덮쳤을 때 조금도 소란을 피우지 않고 남은 물건들 중에 무엇이든지 좀 좋은 것들을 모아서 썼습니다. 그리고 포졸들에게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하여 먹였습니다.

포도청으로 출발하던 날 일행은 벌써 떠났는데, 마리아는 어린 것들을 데리고 먼 길을 걸어가야 하므로 그 준비를 위해 집 안에서 물건을 조금 챙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포졸 하나가 마리아에게 접근하여 점잖지 못하게 치근거리며 "다른 이들은 다 떠났는데 너는 왜 꾸물거리고 서 있느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마리아는 관원이 여자에게 짓궃게 구는 꼴을 못마땅하게 여겨 엄중한 소리로 "당신은 도대체 누굽니까? 당신은 정말로 망측한 사람이군요. 내가 가거나 말거나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내가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안 가는 것이 내 자유인데, 도대체 당신에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내 남편과 내 자식들이 갔는데 내가 왜 안 간단 말입니까? 당신은 상관 말고 당신 갈길이나 가십시오." 하고 그의 야비한 행동을 나무랐습니다. 포졸이 떠나가자 마리아는 아기를 팔에 안고 일행을 뒤쫓아 갔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마리아는 남편과 큰 자식들과 격리되어 여인들 감방에 갓난 아들과 함께 수감되었습니다. 다음날 다른 이들과 더불어 법정에 섰습니다. 문초와 고문을 받았습니다. 주리를 틀려서 살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지고 팔과 다리가 부어서 유혈이 낭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용감하게 증언하였습니다.

이런 육체적 고문 외에도 가장 큰 마음의 고통은 갓난아기에 대한 모성애였습니다. 갓난아기가 젖을 달라고 하는데 젖은 안 나오고, 먹을 것을 달라고 하는데 먹일 것이 없어서 엄마의 눈앞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프란치스코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줄곧 꿋꿋이 버티어나갔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가 극도의 고문을 받은 끝에 마침내 죽고, 또 어린 것이 더러운 감방에 축 늘어져 누운 것을 보며 자식에 대한 그릇된 자비심으로 마리아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곤장에도 칼에도 용맹하였으나 자식에 대한 애정에는 약해졌습니다. 그리하여 살덩이와 핏덩이들이 더럽게 흩어져 있는 감옥에서 마리아는 마음과는 달리 거짓말로 배교한다고 한마디 함으로써 현세적, 영신적 구원을 함께 도모해야겠다는 그릇된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배교하는 말을 하고 감옥에서 풀려나왔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인자하심으로 당신 여종의 나약함을 다시 구제하시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마리아가 배교하여 풀려나 집에 가 있는 동안에 맏아들 최 토마스가 모방 신부님의 주선으로 마카오에 보내져 라틴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탄로가 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마리아는 상급 재판소, 즉 형조(形曹)로 이송되었습니다.

거기에 갇혀 있던 용감한 신자들이 마리아에게 배교를 취소하고 영광스럽게 순교하도록 권고하였습니다. 이 말에 감동되어 마리아는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재판관 앞에서 자기의 불충실한 배교를 용감히 취소하였습니다. 이때부터 모든 유혹을 용감히 이겨내고 또 모정에서 오는 모든 나약한 생각을 끝까지 물리쳤습니다.

이 재판소에서 마리아는 자기의 아기가 기아와 비참으로 말미암아 눈 앞에서 죽는 끔찍한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두 아들을 하느님께 바친 것이 기뻤습니다. 마리아는 아들들에게 구원에 유익한 말과 모범으로 천주교 교리와 기도문을 가르쳤습니다.

야고보는 한 달 이상 감옥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기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갇혀 있는 그리스도의 포로들을 위하여 시중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이 죽는 날까지 지켜보면서 증인이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상급 재판소인 형조에서 관례대로 세 차례의 고문을 당한 후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당할 날이 가까워오자 평온한 모습으로 야고보를 불러 마지막 훈계를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부지런히 지키고 형제들간에 서로 화목하고 사랑하도록 타일렀습니다.

사형 집행인들이 십자가 형틀을 만들고 감옥 전체가 형구들로 가득찼습니다. 마리아는 기도를 마치고 난 다음, 야고보에게 어머니를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같이 감옥에 갇혀 있는 증거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드리고 떠나라고 명했습니다. 마리아는 야고보에게 최후의 형벌을 행하는 형장에 나오지 말도록 명했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나이 어린 야고보는 보호자도 없고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는 고아로 남겨질 어린 세 동생들을 거느리고 살아야 될 처지에 있었는데 마리아가 형장에서 그 어린 야고보의 뒷모습을 보고서 모정에 끌려 약해지고 마음이 흔들려 최후의 전투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남에게 보여줄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야고보는 모정에 눈물 짓는 어머니에게 영생의 작별 인사를 하고서 감옥에서 나왔습니다. 야고보는 최후의 형벌을 받고 순교하는 현장에 있어야 하는 감옥의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보살펴드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지켜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리하여 마리아는 다른 6명의 증거자들과 함께 순교로 개선할 십자가 형틀에 올라갔고, 안온하고 평화스러운 얼굴로 형장에 이끌려 나아갔습니다. 그녀는 휘광이의 칼을 받고 1840년 1월 31일에 서른 아홉의 나이로 영광스럽게 순교하였습니다.

이제 편지를 마치면서 경애하올 모든 신부님들에게 지극히 겸손되고 정에 넘치는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저의 가련한 신자들을 위하여 항상 기도중에 기억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지극히 미약한 조선 대목구의 교황 파견 선교사 최 토마스가 올립니다.

(아홉 번째 편지, 즉 1854년 9월에 르그레주아 신부님에게 보낸 편지는 분실되었다.)

신부님 죄송합니다
답장이 너무늦어 죄송합니다
사순시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부활절입니다
오늘 미사때 판공성사(고백성사)에 대해
신부님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신부님 현세의 유혹앞에 서 있는  
불쌍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신앙의 힘겨운 전투에서   항구할 수 있도록
저희들을 위하여 빌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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