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원지 베드로
2019.08.18 11:44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마시오.
천국에서 우리가 서로 만날 때가 오리니 그날을 기다립시다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성령님 사랑하올 친구여 !
저희를 가르치시어 아무도 판단하지 않게 하시고
누구의 잘못도 기억하지 않게 하소서 !
주님 찬미 받으소서 !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자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
주님 저희가 성 정원지 베드로를 본 받게 하소서 !
성 정원지 베드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 정원지 베드로(Petrus)는 충청도 진잠의 어느 열심한 신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일찍이 공주에서
순교하였기 때문에 그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을 떠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다가 체포되기 얼마 전에는
전주 완주군 소양면 성지동에 있는 조화서 베드로의 집에서 셋방살이를 하였다. 그는 여기서 결혼하여 형과 한집에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대단히 열심하고 또 지극히 착실한 신자였기 때문에 조화서 베드로는
이 젊은이를 성의껏 지도해 주었다.
1866년 12월 3일 전라 감사가 보낸 포교와 포졸들이 성지동을 습격하자 정 베드로는 마을을 몰래 빠져나와 산에서
하룻밤을 꼬박 세운 뒤, 마을 일이 궁금하여 발몬이라는 마을 뒷산마루 아래만 살피면서 정신없이 내려오다가 산마루로
오르던 포졸과 정면으로 마주쳐 꼼짝없이 체포되었다. 그는 조 베드로 일행과 구진포리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전주로
이송되어 심문을 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는 효성이 지극하였기에 노모를 생각하다가 처음에는 신자임을 부인하였으나, 조 베드로 등의 위로와 격려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교우임을 똑똑히 밝히게 되었다. 감사 앞에 끌려가 교리를 가르쳐 준 선생들을 대라고 하자, 그는
유일한 스승은 천주교를 믿다가 이미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 한 분뿐임을 확실히 밝혔다. 자기 아버지가 이 교를
신봉하다가 죽었는데도 같은 교를 믿는다고 해서 놀라는 포졸들에게 그는 “나는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를 만나 뵙기
위해서라도 성교를 충실히 따를 것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였다.
그 후 그는 옥에서 자기 아내에게 이렇게 전하였다 “나의 죽음을 슬퍼하지 마시오. 천국에서 우리가 서로 만날 때가
오리니 그날을 기다립시다.” 갇힌 지 9일이 지난 12월 13일 정 베드로는 다른 신자들과 함께 전주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갔다. 형 집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동안 포청의 관리 하나가 술에 취하여 죄수들을 희롱하며 “죽어
천당은 무슨 놈의 천당이냐?”고 하며 하늘을 향해 욕을 퍼부었다. 이때 그는 머리를 번쩍 들고 “몰상식한 놈 같으니, 그
래 너는 네 아버지, 네 어머니를 저주하느냐?”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다시 머리를 숙인 채 조용히 않아 있었다고 한다.
그는 스물 한 살의 젊은 나이로 참수형을 받아 치명하였다. 그는 1968년 10월 6일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복되었고, 1984년 5월 6일 한국 천주교회 창설 200주년을 기해 방한한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Joannes Paulus II)에
의해 시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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