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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성체께 대한 사랑이 강하였던 이순이 루갈다|♡ 한국시복 124위
○● 성체께 대한 사랑이 강하였던 이순이 루갈다(1782~1801) ●○

한국 교회에서 크게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이순이 누갈다는 동정부부(이순이 누갈다와 유중철 요한)로서만이 아니라 그녀가 친정 어머니께 써 보낸 “감옥에서의 편지”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순이 루갈다의 생애와 동정부부에 대한 것만 살펴보고자 한다.

이순이 누갈다는 1782년 유학자였던 이윤하(마태오)와 어머니 권씨(권철신의 손위 누님)에게서 태어났다. 누갈다의 아버지는 처남이었던 권철신과 그 사촌 권일신, 그리고 1784년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돌아온 이승훈과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서 이들로부터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또한 어머니 권씨는 친정 동생들이 가성직자로서 활약하였던 열심한 집안 출신으로서, 이순이는 어머니와 외삼촌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순이가 12살 때(1793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어머니 권씨로 약 30-35세 경 남편과 사별한 셈이다. 그후 어머니는 열심한 신앙생활을 통해 삶의 힘을 얻기도 하였지만, 신앙 때문에 가정이 풍지박산되는 체험을 하였다. 이순이와 오빠 이경도가 1801년에 순교하였고, 남동생 이경언이 1827년 순교할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있을 것이다.

1795년 이순이(14살)는 주문모 신부로부터 첫 영성체를 하였다. 1794년 12월 얼어붙은 압록강을 걸어 밀입국한 주신부는 1795년 초에 서울에 도착하였는데, 그로부터 첫영성체를 하였다는 것은 이순이의 집안이 무척 열심하고 믿을 만한 집안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순이는 나흘 동안 방에 들어 앉아 성체모실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그녀는 특별히 성체에 대한 신심이 강하여 자신이 모신 “성체의 효과”를 어떻게 하면 잘 보전할 수 있는가에 마음을 썼다. 즉, 그리스도를 모신 자로서 합당하게 행동하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 그분의 삶을 모방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의미이다.

성체신심이 강하였다함은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추구하였다는 것으로서, 그분을 가장 닮고자하는 원의가 그녀로 하여금 동정생활로 이끌었던 것 같다. 초기 신자들이 신앙생활에 대해 모든 일들을 사제나 회장들과 상의하였듯이, 이순이의 어머니 역시‘양반 집안에서 동정녀로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하고 주문모 신부님께 여쭈었을 것이다. 이를 마음에 두고 있던 주 신부는 약 2년 후인 1797년 희귀한 결혼의 중매를 맡았다. 전주에서 열심한 유항검의 큰 아들 유중철 요한(19살)이 동정을 지키고자 주신부와 상의를 하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주신부는 유요한(19살)과 이누갈다(16살)의 오누이로 살겠다는 약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 이들은 정식 혼례식을 올렸고, 이순이는 유씨 집안의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님을 정성껏 모셨으며, 집안의 식구들과도 화목하게 지내 사람들은 그녀를 향기가 나는 여인이었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이순이가 얼마나 간절히 동정을 지키며 살고자 원했는지, 그리고 그 원의가 이루어지자 얼마나 행복하였는지 상상이 간다. 그러나 한 가족의 며느리로서, 이순이가 동네 아낙네들과는 어떻게 어울렸을지,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못한 이 부부의 행동거지를 이웃들은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이순이는 그리스도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증거의 표로써, 그리고 그분의 삶을 닮고자 동정을 지키기에 평화롭고 늘 담담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한편 주문모 신부는 참 희한한 분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는 결혼생활을 하다가 후에 부부가 약속하여 정결을 지켜나간 예들은 종종 있었지만, 혼사를 정할 때부터 이런 조건을 내건 동정부부에 대해선 필자의 지식이 짧아서인지 읽어본 기억이 없다. 이순이나 유중철이 그리스도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동정생활을 원했다 하더라도, 10대 젊은이들을 결혼을 통해 “동정부부”로 엮어 놓았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발상이다. 오누이로 살겠다고 약속한 젊은 부부를 한 방에 살게 하면서, 동정을 지키게 한다는 것, 이는 산 성인의 삶을 원한 것이었을까? 혹은 드높은 이상과 절대가치가 삶을 좌지우지하는 10대였기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였을까? 아니면 진실로 하느님께 대한 이들의 열망, 오직 하느님만을 추구하는 이들의 강한 신앙과 사람됨, 그리고 양가의 열심으로 보아 그런 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일까?

하여튼 주신부의 계획은 적중하였고 마침내 이들은 1801년 순교함으로써 4년간이란 동정부부의 생을 은총 안에서 마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들이 어떤 어려움 없이 동정부부의 삶을 살았다는 것이 아니다. 이순이는 “감옥에서의 편지” 안에서 네 번 크게 유혹을 받았지만 기도로 극복하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하느님께 대한 강한 사랑과 기도가 없었다면 이들의 삶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기도가 모든 것 안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함을 안다.

이 결혼은 부모님들의 신앙도 밑거름이 되었다. 신랑 측이 신부 측보다 지체가 얕아 친척들의 강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권씨가 이 혼사를 밀어주었다는 점, 유항검 아우구스띠노는 유중철이 맏아들인데도 동정부부로 살도록 허락하였다는 점들은 본인들만이 아니라 양가 부모들의 신앙도 참으로 뛰어났음을 말해준다. 한편 주문모 신부는 유중철 같은 청년을 키워 사제로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였던 것 같다. 유중철이나 이순이 모두 현대에 살았더라면 성직자 수도자의 길을 갈 수 있었을텐데, 시대를 앞서 태어났기에 몇 배의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살았던 것 같다.

이순이는 성체를 모신 감사로움과 그에 합당한 자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리스도와 일치의 삶을 살기 위하여 조선의 관습을 피하면서 동정부부로서의 어려운 길을 걸었다. 그녀는 오늘날 성체를 모시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즉 하느님께 무엇을 어떻게 봉헌하고 있는지 반성하게 만든다.

(이순이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추진하고 있는 124위 시복시성자 명단에 들어있다.)

◆ 글쓴이 :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영성사 박사, 가톨릭대 외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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