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드 타이틀1

슬라이드 타이틀2

슬라이드 타이틀3

||0||0┗ 송 종 례 수녀님의 글|♡ 한국시복 124위

전임 연구원 송 종 례 수녀

3월호에 소개한 이태리의 아가다 못지 않게 가톨릭 신앙인으로서 뛰어난 용기와 담력, 그리고 유래없는 삶의 스타일로 18세기 조선 전통사회를 놀라게 한 동정 순교자 윤점혜 아가다(현재 추진되고 있는 124위 시복 시성 대상자들 중의 한 분)를 소개하고자 한다.  
윤점혜는 경기도 양근(楊根)에서 양반집의 서출로 태어나 어머니와 서적을 통해 가톨릭 신앙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느님께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동정녀의 삶을 살고자 결심을 하고, 혼수감을 만드는 척하면서 몰래 남자옷을 만들어 두었다가 마침내 남장을 하고, 가톨릭 신앙에 열심한 사촌오빠, 윤유일의 집으로 도망쳤다. 영문을 모르던 어머니는 아가다가 호랑이에게 물려간 줄 알고 통곡을 하며 울었단다.
얼마 후에 집으로 다시 돌아온 아가다는 온 가족들로부터 꾸지람을 들었음은 물론이고 동네사람들로부터 처녀가 가출했었다고 수군거림을 받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던 그녀는 1795년 어머니와 함께 한양(서울)으로 올라와 지내다, 윤유일 바오로가 주문모 신부를 모시러 3번이나 북경에 갔었던 죄로 1795년 처형을 당하자 몸과 마음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 이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녀는 강완숙 골롬바의 집으로 가서 함께 살았다.
1797년 주문모 신부로부터 영세를 받았는데 세례명은 아가다이다. 윤점혜는 강완숙 골롬바로부터 천주교 교리를 배우고, 다른 10여명의 여성들(동정녀와 과부들)과 함께 공동생활을 하였다. 그녀는 강완숙과 함께 주문모 신부의 사목을 돕는 일, 선교하는 일을 하다가 체포되어 3개월간 옥에 갇혀 신문과 고문을 받았다. 비록 형벌을 받아 죽음을 당하더라도 참으로 마음을 바꿀 뜻이 없노라고 단호히 대답한 그녀는 고향인 양근으로 옮겨져 1801년 7월 4일(양력) 28세로 순교하였는데 그녀의 최후의 모습도 평화스럽고 조용하였다고 한다.  
윤점혜는 조용하면서도 사려깊고 용기있으며 책임감 있는 여인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강완숙의 집에는 결혼을 강조하거나 가톨릭 신앙을 반대하는 가족들 때문에 도망온 처녀들과 과부들 10여명이 함께 살았는데 윤점혜는 주신부의 명으로 이들의 회장이 되어 그들에게 글과 교리를 가르치고 이웃을 방문하여 신앙을 전파할 준비를 시키는 등, 이들이 교회를 위해 일하도록 그 공동체를 이끌어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결혼하여 가문을 이어나갈 자식을 낳고 사는 것이 조선사회의 관습인데 풍습을 어기면서 언제까지 나이 먹은 처녀로서 머리를 길게 땋고 밖에 나다닐 수 있을까하는 문제와, 어떻게 하면 남에게 수상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동정녀로 살며 신앙전파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우리는 교리를 가르치기 위하여 자주 외출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다 큰 처녀들이 댕기  드린 머리로 나가면 곧 눈에 띄어서 우리의 신분이 드러날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요?”
“. . . ”
“이렇게 하면 어떨가? 우리가 쪽을 쪄서 머리를 올리고 스스로 과부라고 하는거야.”
“그래도 그렇지, 아직 시집도 가지 않았는데, 과부라고 하기는. . . 좀 그렇다.”
“아냐! 그 방법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같이 젊은 과부들이 많으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에요. 저(정순매, 발바라)는 허가(許哥)의 과부라고 하겠어요.”
“그럼 나(조도애, 아나다시아)는 오가(吳哥)의 과부라고 하면 어떨가?”
“응. . . 저(김경애)도 허가(許哥)의 과부라고 할게요.”
“나(윤점혜)는 그냥 과부라고 할래요.”  
이렇게 그들은 나름대로 머리를 짜냈는데, 허가(許哥)나 오가(吳哥) 모두 허황되고 거짓됨을 뜻한다는 표현으로서, 스스로 과부라 지칭하면서도 실제는 결혼하지 않은 사람임을 암시하는 그야말로 톡톡 튀는 착상이다. 당시 동정에 대한 사회반응을 최양업 신부님은 이렇게 말한다. “이 나라의 법이나 풍속은. . . 동정을 사악으로 간주하고 정덕을 위선으로 간주합니다. 열심한 여성이 결혼하지 않으면 외인들에게 겁탈당할 위험이 있고.... 그래서 우리 신부들도 결혼을 권유하거나 강제로 권할 때가 있습니다.”  
윤점혜는 기도를 열심히 하였고, 신비가였던 것 같다. 아가다는 성사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 때문에 무척 마음 아파하던 중, 기도 중에 어머니가 성모님과 함께 계신 것을 보았고, 또 한번은 성모발현을 보아 신부님께 말씀드렸더니, 그것은 꿈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해석을 해주었다고 한다. 또한 극기와 엄격한 생활을 하였으며, 특별히 자기 주보성녀를 열심히 공경하여 아가다 성녀같이 순교하기를 열망하였다. 윤점혜 역시 무서운 고문과 신문을 받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그녀의 신앙을 끝까지 지키다가 참수를 당하였는데, 그녀의 머리가 떨어질 때 상처에서 흐르는 피가 젖과 같이 희게 보였다고 한다.
포도청의 신문관은 윤점혜 아가다에게 공공연히 집을 떠나 길거리를 바삐 돌아다녔고, “사학(천주교)에서의 너의 명망이 강완숙과 대등하다”고 호통을 치는 것으로 보아 당시 조선 초기 교회에서 윤점혜의 역할이 강완숙 회장 못지 않았던 것 같다. 그녀의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 그리고 듣는 이가 통쾌할 만큼 스릴 있는 그 공동체의 기지와 담력은 조선의 관습 안에서 동정녀란 여성의 새로운 삶의 스타일이 존재하게 하였고, 교회 안의 여성 인력을 양성하게 하는 힘이었다.
오늘날 종교 자유 안에서 사는 우리는 올바른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혹시 이웃을 생각지 않는 지나친 웰빙 추구나 유사영성 운동에 시선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다.

(품 - 4월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3 <font size=3>세 번째 편지 기도방지기 2011.10.23 1108
192 <font size=3>두 번째 편지 기도방지기 2011.10.22 1126
191 <font size=3>첫 번째 편지 기도방지기 2011.10.15 1218
190 <font size=3>최양업 토마스 신부의 서한집 기도방지기 2011.10.03 1366
189 <font size=3>최양업신부 약전 기도방지기 2011.10.03 1300
188 <font size=3>최양업 신부 시복시성기도문 기도방지기 2011.10.03 1804
187 <font size=3>124위 순교자를 모시게 되어 감사합니다 기도방지기 2011.09.13 1364
186 <font size=3>124. 이순이 루갈다 (1782~1802년) [1] 기도방지기 2011.09.13 2195
185 <font size=3>성체께 대한 사랑이 강하였던 이순이루갈다 [1] 기도방지기 2011.09.13 1453
184 <font size=3>이순이 (루갈다) [1] 기도방지기 2011.09.13 1336
183 <font size=3>123. 유중철 요한 (1779~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9.13 1193
182 <font size=3>※ 유중철 (요한) [1] 기도방지기 2011.09.13 1181
181 <font size=3>122. 유항검 아우구스티노 (1756~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9.13 1170
180 <font size=3>┗ 치명자산 성지 홈페이지 자료 [1] 기도방지기 2011.09.13 1280
179 <font size=3>121. 윤점혜 아가타 ( ? ~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9.12 1208
» <font size=3>┗ 송종례 수녀님의 글|♡ 한국시복 124위 [1] 기도방지기 2011.09.12 1146
177 <font size=3>여주성당 동정녀 공동체 회장 윤점혜(아가타) [1] 기도방지기 2011.09.12 1164
176 <font size=3>120. 윤유오 야고보 ( ? ~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9.12 1058
175 <font size=3>┗ 윤유오 유한숙 |♡ 한국시복 124위 [1] 기도방지기 2011.09.12 1152
174 <font size=3>119. 윤운혜 루치아 ( ? ~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9.12 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