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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내 아들

2011.01.18 15:20

노순민 다리아 조회 수:1388 추천:3

||0||0나에게는 아들이 두 명인데,
한 아이는 열 달 동안 품고 있다 배 아파서 낳았고,
한 아이는 병원에서 호스피스 봉사를 하며 가슴으로 낳은 아들입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돌아가신 후
장례식장에 들려 위로하던 중 엄마가 되어주기로 했습니다.
그 아이는 4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얼굴도 모르고 자랐는데,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므로 졸지에 고아가 되었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경험했기 때문에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컸고, 그리움 또한 짙었습니다.

엄마아빠가 그립거나 부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더니 그러겠다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장례식이 끝난 뒤 아이들에게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 때문인지 한참동안은 응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너무 주제넘었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도 싸매주고 하느님도 만나게 해주고 싶어 또다시 연락해 보았습니다.
그제 서야 아들아이가 받았습니다.

어떻게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삶에 찌들어서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23살 젊은 청년의 입에서 삶에 찌들었다는 말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렇게 또다시 침묵과 응답을 반복하며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전화를 걸었습니다.
뜻밖에도 밝은 목소리로 너무도 반갑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잘 지냈느냐고 물었더니 예 엄마도 잘 지내셨어요. 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아들이 보고 싶어서 잘 지내지 못했다며
얼굴 좀 보여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엄마와 아들이 되어 만났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안고서 한참을 있었습니다.
손을 잡고 어느 한식점으로 갔는데 처음 와본다고 했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본 기억도 없고,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어본 기억도 없는
아이에게 엄마의 품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고 싶었고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이고 싶었습니다.

엄마의 기억이 전혀 없는 아이는 둘만의 시간을 행복해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선교 책을 건 내며 함께 다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의 응답도 없이 짝사랑의 시간은 계속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침묵의 시간이 이어지면서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가 자식을 포기하는 일은 없으니까요.
아무런 사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상처를 싸매주고 싶었을 뿐인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락했더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보고 싶었다고 했더니, 저도 그랬어요. 라는 대답이 들려옵니다.
웃으면서 그 거짓말 참말이냐고 물었더니
당연하죠. 엄만데. 라고 합니다.

여전히 엄마로 생각은 했지만 일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어 여유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 아이의 말에 동의하면서
기분 좋은 통화를 했습니다.

통화가 끝난 후에도 엄마 몸 건강히 잘 계세요. 라며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이제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찾았는지 자주 연락해옵니다.
얼마 전에는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도와 줄 사람이 없다며
부탁해도 되겠냐고 물었습니다.

드디어 엄마가 된 것 같았고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모든 엄마가 그러하듯 밑반찬 몇 가지를 들고서 아들집에 갔습니다.
그런데 고장 났다던 전기는 괜찮은 것 같아 밀린 설거지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또다시 고장이 났다며 전화가 와서 전기기사를 불러 고쳐놓고 왔습니다.
아이는 엄마 덕분에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습니다.
처음으로 엄마가 된 것 같았습니다.

그날 이후 일상의 사소한 애기들을 나누게 되었고,
장가보내달라며 어리광을 부리기도 합니다.
색시는 엄마가 찾아주세요. 라고 말하는 등 아들이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마음이 열린 것 같아 교리 반에 나올 것을 권유했더니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빈첸시오에 부탁해서  김장김치도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것일까?
염려하고 걱정했습니다.
그럴 수 있어 라고 마음 정리를 하고나니, 아들에게서  김치가 너무 맛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그제 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것도 어렵고 하느님을 전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미사에 참례하겠다는 약속을 몇 차래 했지만 아직껏 하지 못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지만 하님의 자녀로 살도록 돌봄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 아이가 싫어하지 않으면요.
그 아이가 하느님 안에서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아멘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01-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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