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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기(바오로) 순교자
충청도 청양 고을에서 태어난 이도기(李道起) 바오로는 글을 배우지 않았으나 성령(聖靈)의 학교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천주교의 덕행을 진정으로 실천하는 일을 배웠다.

그는 얼마 안되는 재산을 모두 외교인을 입교시키는 데에 썼다. 그의 열성은 우리 성교회의 원수들의 주의를 이끌게 되어 대여섯 번이나 이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가 피해 가는 곳마다 얼마 안있어 열심한 천주교회가 되었다.

마침내 그는 정산(定山)고을의 어떤 옹기장이 공장에 가서 자리잡고 조그만 장사로 살아갔다. 그런데 그 주의의 사람들은 모두가 외교인 이었으므로 그는 그들에게 참 하느님을 알리는 데에 전심하였고, 그 일에 크게 성공하여 잠깐 사이에 온 마을이 입교하였다. 감사(監司)의 명령이 내렸을 때, 그 근처에 살던 金이라는 외교인이 李 바오로를 천주교인들의 두목으로 고발하겠다고 위협하였다.
  
  李 바오로의 아내는 겁이나서 그에게 도망가라고 권하였으나 그는 하느님의 뜻을 어기고 또 그를 신임하고 있는 신입(新入)교우들을 걸려 넘어지게 할까 두려워 거절하였다.

그는 다만 천주교 서적과 성물(聖物)을 감추기만 하고 기다렸다. 1797년 6월 8일 그가 집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무장한 사람들이 나타나 그의 집 정원의 울타리 너머로 그가 집에 있느냐고 물었다. "예 있습니다. 누가 절 부릅니까' 하고 대답하고는 즉시 그들 앞으로 나아가 집안에 맞아들여 앉으라고 권한 다음 그들이 온 까닭을 물었다.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도망친 관노(官奴)를 찾으러 나온 관속(官屬)이다. 네가 책력이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수색에 도움을 얻으려고 그것을 보러왔다.조선에서 쓰는 중국책력에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한 미신의 말이 들어 있다. 이도기(李道起) 바오로는(이하 李 바오로라고 표기하겠다)

"책력이 있긴 합니다만 거기에는 절기의 바뀜만 적혀 있습니다"하고 대답하며 책력을 가져왔다.

"그것을 내게 읽어다오" 하고 포졸 두목이 말했다.

"저는 한문을 읽을 줄 모릅니다"
"그러면 너도 천주교의 책밖에 읽을 줄 모른단 말이냐?" 그리고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곧 10여명의 사람이 그에게 달려들어 꽁꽁 묶었다. 그들은 집을 뒤져 십자고상과 책 몇 권을 찾아냈다.

그들은 李 바오로를 근처에 있는 숲속으로 끌고가 매질하는 동안 두목은 그에게서 신부가 숨어있는 곳도 알아내고 천주교인들을 대도록 하려고 심문하였으나 헛일이었다. 밤이되자 그들은 李 바오로와 함께 잡힌 교우들을 초라한 주막으로 끌고 갔다.

주막주인은 불쌍한 생각이 들어 그들을 괴롭히는 결박을 늦추어주게 하였다. 그러나 읍내에 이르러 다시 쇠사슬로 결박되었다. 관장은 십자고상과 책들을 살펴보고나서 잡혀온 사람들을 출두시키고 우선 李 바오로에게 물었다."너는 어디 사느냐?"
"처음에는 청양에서 살았는데 지금은 정산(定山)에서 삽니다"
"누가 너를 가르쳤으며 네 제자는 누구냐?"
"저는 선생도 없고 제자도 없습니다."
"너는 죽어 마땅한 놈이다. 선생도 없고 제자도 없다면 이 책들과 이 그림은 어디서 났단 말이냐?" 李 바오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발을 쇠사슬로 결박당하고 목에는 칼을 쓰고 옥으로 다시 끌려갔다. 그의 동료들은 한사람만 빼고는 관장이 시키는 대로하였는데 그 한 사람 역시 옥에 갇혔다. 이튿날 관장은 그들을 둘 다 읍내서 6마장되는 장거리로 끌고 가서 군중에게 온갖 모욕을 당하게 하겠다고 위협하였다.

李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한 것이니, 저희는 그런 영광을 충분히 감사할 수는 없겠습니다."

관장은 말하였다. "孔子나 孟子의 道나 佛道는 바른 것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것을 배우기를 거절하고 어디가서 거짓 道理를 찾아다가 따르며, 또 어찌하여 그것으로 온 나라를 휩쓸려고 하느냐? 너희 당파는 국왕도, 부모도 모르고, 그 가장 흉악한 버릇에 흠뻑 빠지며 국왕의 금령에도 불구하고 그 道를 따르니 그것은 크나큰 질서문란이며, 너희는 죽어 마땅한 놈들이다."

李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저는 무식한 탓으로 선비들의 몫으로만 되어 있는 孔子나 孟子의 道는 알지 못하며, 佛道는 중들에게만 관계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천주교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서 몇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천주 한 분만이 계셨습니다. 지금 있는 모든 것을 창조하신 분은 그분이십니다.

창조 후에는 부부와 가족이 있게 되었고, 그 다음에는 임금과 신하들이 있게 되었습니다. 부처, 공자, 맹자, 임금과 신하등은 천지창조 후에 생긴 것입니다. 천주는 하늘과 땅의 참 임금이시고 만물을 주재하시고 보존하시는 분이시며, 부모께 대한 효도와 임금께 대한 충성의 참 근원이십니다. 부모께 대한 효도와 임금께 대한 충성은 십계(十誡)의 제4계에 명령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어찌하여 부모도 임금도 모른다고 우리를 부당하게 책망하십니까?"

관장이 다시 말하였다.

"그렇다면 임금님과 조정과 관장(官長)들이 그것을 알 것이고 그들에게서 백성이 배울 것인데, 반대로 그들은 너희 종교가 조선에 불행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금한다. 그런데 너희 어리석은 백성은 순종하기를 거절하고 너희 선생들을 바로 대지 않으니 너희는 죽어 마땅하다."

"천주를 위하여 죽는 것은 자기 영혼에 영원한 영광을 보증하는 것입니다." 하고 李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그러자 포졸들이 그들을 관아(官衙)에서 끌어내어 뺨을 치고 발로 차며, 그들에게 침을 뱉고 증거자들이 쓰고 있는 칼을 온 몸의 무게로 찍어누르는 등 수없는 모욕을 가하였다.

"오늘 네놈들을 장에서 조리 돌리고 나서 죽일 것이다."하고 말하는 자들고 있고, "이놈들이 천당엘 올라간다"하고 외치는 자들도 있었다. 마침내 그들의 얼굴에 회칠을 하고 머리에는 글을 써서 달고 등에는 어마어마한 북을 지웠다.

관장(官長)은 말을 탔고 포졸들은 채찍질로 증거자들을 그의 앞에서 장에까지 뛰어가게 하였다. 그렇게 가는 동안 포졸들의 외치는 소리와 되풀이하여 울리는 북소리에 끌려 꽤 많은 군중이 연도에 모여들었다. 때는 아침 아홉시 가량이었다.

그들이 장에 이르자 관장(官長)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 악한들은 천주교인이요, 이들의 죄는 반역죄이다. 이놈들은 임금을 섬기지 않고, 부모도 공경치 않아 인륜(人倫)을 어긴다. 이놈들을 장에 한 바퀴 조리돌린 다음에 죽일 것이다." 그런 다음 곤장 10대를 치게하며 배교하라고 명하였다. 그러자 李 바오로가 말하였다. "저는 이미 사또의 비난에 대해 모두 답변을 하였으며 거기에 덧붙여 말씀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형리들은 여러개의 몽둥이 끝으로 한꺼번에 그의 옆구리를 찌르며 같은 명령을 되풀이하였다.

용감한 이 천주교인은 다시 말하였다. "만번 죽어도 저는 배교할 수 없습니다." 백성들은 그의 굳센 태도를 감탄하며 말하였다. "저 사람은 분명 배교하지 않을 것이다" 열두 시간 이상이나 형벌을 가한 뒤 그들을 다시 옥으로 데려왔을 때는 저녁 7시가 되었었다. 포졸들은 李 바오로에게 만일 관장에게 순종치 않으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의 마음을 다시 흔들어 보려고 하였으나 李 바오로는 그것은 잘 알고 있노라고만 대답하였다. "참 고집도 센 반역자로구나"하고 포졸들은 화가 나서 말하였다. 나흘 후에 옥리가 와서 관장이 이튿날 광장에 큰 잔치를 차리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그들에게 일러주었다. 배교자들은 관장과 함께 거기에 한 몫 끼겠지만 반대로 증거자들은 그들의 결심을 고수하면 사형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李 바오로의 동료는 그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아마 신자들에게 평화가 오려나 보다고 생각하였다. 李 바오로는 말하였다. "절대로 그렇지 않네. 헛된 희망에 끌려가지는 마세. 그랬다가는 형벌이 더 어렵게 생각될 걸세. 나는 옥에 남아있고 싶네. 그리고 만약에 관장이 옥에서 나가라고 한다면 도망가기는 고사하고 읍내에 남아있겠네." 그의 동료는 겁이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말이 없었다. "왜 그러냐?"하고 李 바오로가 물었다. "참말이지 나는 어떻게 형벌을 참아 받을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지요?" "나도 몹씨 괴로운 것은 사실일세. 그리고 나는 자네 보다 나이가 더 많으니 나이 때문에 고문이 더욱더 괴롭게 되네. 하지만 천당을 헐값으로야 살 수 있나. 고통은 영원한 행복을 사는 돈일세. 용기를 내어 얼마 동안만 더 고통을 참아 받게." 이튿날 그들은 장터로 끌려갔다. 거기에는 커다란 차일이 쳐 있었으며 그 차일 아래에는 관장의 법정이 차려져 있고 그 둘레에 여러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좋은 옷을 입은 배교자들이 거기에 자리잡았다.

잔치가 시작되었다. 두 수감자는 형장에 서 있었다. 관장이 말하였다. "참 천당은 이 세상에서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음악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지는 것이다. 너희들이 천당에 올라가기를 원한다지만 그 33층을 어떻게 올라가겠느냐? 배교를 해라. 그러면 너희도 이 사람들과 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를 감영으로 넘겨 사형을 받게 하겠다. 李 바오로는 말하였다. "저는 이미 대답을 하였습니다마는 또 한마디 덧붙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천주는 만물의 오직 한 분밖에 없는 주인이시고 삶과 죽음의 주관자이신데 어떻게 그분을 배반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보다 덜 용감한 그의 동료는 관장에게 감히 저항을 하지 못하고 나약하게도 배교한다는 표를 보였다. .그러자 관장은 이 성공으로 용기가 나서 말했다. "자 너도 천주를 욕하여라."

李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임금님이 법률을 펴시면 그것을 백성에게 전달하고 사또께서는 그것을 어기기는 고사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도록 감독하십니다. 그런데 어떻게 오늘 백성에게 그 참 아버지를 저주하라고 감히 명령하십니까? 저희 나라에는 아직 부모를 저주하는 풍습이 없습니다." 관장은 성이나서 李 바오로의 집에서 압수한 책들을 불사르라고 명하고 십자고상을 들고 장터를 돌아다니며 "이놈은 당신들이 보는 이것을 제 천주라고 하니 망측한 일이 아니오?"하고 말하게 하였다.

때는 정오였다. 갑자기 날이 어두워지며 천둥을 하고 세찬 바람이 불어 차일을 무너뜨리고 관장을 거의 쓰러뜨릴 뻔하였다. 좋은 음식을 먹으며 즐기던 배교자들은 겁을 집어먹고 도망하였다. 백성들은 동요하며 천주교인을 놓아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들 말하였다. 그러나 관장은 이 불의의 사고로 화가 나서 증거자에게 다시 매질을 시켰다. 저녁 때가 되어서야 그를 다시 옥으로 데려왔는데, 그가 어떻게나 기진맥진하였던지 땅에 쓰러져 사람들이 떠메어가야만 했다. 그런데도 그에게 무거운 칼을 씌웠다. 그렇게도 많은 고문을 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바오로는 침착하였고 기도드리기를 그치지 않았다. 가을에 그는 다시 심문을 당하고 또 곤장을맞았다. 그를 보는 사람들이 "저 사람은 매를 맞아 죽을거다"하고 말하였다. 바오로는 "매를 맞아 죽거나 곤장을 맞아 죽거나 모든 것이 천주의 명령에서 오는 것이니 천주는 찬미를 받으실 지어다"하고 말하였다. 그리고는 끊임없이 순교의 은혜를 구하였다.

바오로는 자주 굶주림을 당하였고, 옷이 해져 추위가 그의 고통을 더하였다. 그의 아내는 돈을 약간 모아 술과 고기를 그에게 사다 주었다. 바오로는 처음에는 그것을 거절하며 말하였다."성모님이 나를 십자가 위에 두셨으니 내가 그것을 먹으면 부당하오. 나는 예수께서 십자가위에서 고통을 받으셨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조금이라도 잡수셨다는 것은 보지 못하였소, 나도 십자가 위에 있으니 예수님과 같이해야 되오"

그러나 그는 아내의 간청을 받아들여 그 위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앉았거나 누었거나 그는 끊임없이 천주를 생각하였고 그로부터 많은 위안을 받았다. 하루는 "주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 하는 천사의 인사 말씀을 그에게 하여 주는 목소리가 들려와 그는 기쁨이 자기 마음에 넘쳐흐름을 깨달았다(조선 전기(傳記)에는 비록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기적적인 목소리였다고 암시하여 준다). 그는 또한 초자연적인 지능을 받은 것 같아서 천주교 기도문의 아름다움을 아주 유식한 시람들 보다도 더 잘 음미하였다. 겨울의 혹한중에 그는 상처로 인하여 매우 고통을 받았고 성탄날에는 무자비한 심문을 당하였으므로 몸이 불덩이 같이 끓었다. "보시어, 주(主)께서는 특별한 은혜를 내리시어 내 마음이 식지 않도록 매로서 덥게 하여 주십니다" 하고 그는 말하였다. 설이 지난 후 그는 세 번 심문을 당하였다. "네가 배교하고자 한다면 네게 쌀을 주고 네 상처를 치료하고 풍헌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터이다. 그렇게 되면 네가 다시 유복하게 사는데 충분할 것이다"

바오로는 대답하였다."정산고을을 전부 주신다 해도 저는 천주를 결코 배반하지 못하겠습니다." 관장은 덧붙였다. "너는 천주교인들이 부모를 공경한다고 주장하지만 네 자식놈 넷이 네가 옥에 갇힌뒤로 한 번도 보러온 일이 없으니 그렇게 악독한 마음이 또 어디 있느냐?" 바오로는 대답했다. "자기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그들을 공경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제 자식놈들에게 나를 보러 오는 것이 피차간에 이롭기보다는 해가 될까 무서우니 내게 오지 말라고 여러 번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금했기 때문에 그들이 오지 못합니다."

5월에 포졸들은 그를 자주 보러왔고 문을 별로 지키지 않아 그에게 도망가라고 권하면 그는 대답하였다. "관장의 명령으로 내가 옥에 갇혔으니 그의 명령 없이는 여기서 나갈 수 없소." 천주교인들이 그를 보러와서 포졸들의 행동은 관장이 시켜서 한 것이 분명하니 도망가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다고 말하였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하였다. "만일 우리가 마귀의 함정에 빠져들어 가면 우리 영혼과 우리가 세울 수 있는 모든 공로를 잃을 위험을 당하게 되오. 내 집은 하도 가난해서 내가 이 옥에 있는 것이 그렇게 힘들지 않고 여기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하오. 내 식구들이 나를 위해서 하는 모든 것이 내게는 괴롭소."

그런 다음 그는 아내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해 기구하는 모든 사람이 내가 아직도 이 세상 것을 누릴 수 있기 위해 그렇게 한다면 그들의 기구를 그만 두어야 하오.그러나 내 영혼과 내 영생을 위하고 또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공로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구한다면 그들에게 끊임없이 기구를 드리도록 부탁해 주시오. 나는 내 가족이 나를 위해서 이렇게 기구해 주시기를 바라오. 내 음식은 당신 힘자라는 대로 하루나 이틀에 한 사발씩만 갖다 주고 그렇게 못하더라도 결코 걱정은 하지 마오. 내가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내 시체만은 나갈거요. 앞으로는 누가 당신더러 내게 무슨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교우들일지라도 만약에 그것이 내 마음을 흔들리게 할 성질의 것이라면 내게 전하지 마시오. 내 마음이 약해질지도 므르니까 말이요."

그날부터는 그의 아내가 그에게 무엇을 가져오면 그는 면회를 거절하고 아내에게 멀리서 몇 마디 말만 하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며칠 후 관장은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속았다. 중국에서 이마두 (利瑪竇 -마태오 리치)는 그의 지식으로 백성을 속였다. 너는 어떻게 해서 그것이 속임수라는 것을 보지 못하느냐?"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이마두 (利瑪竇)도 다른 사람과 같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이가 중국과 다른 데서 전파한 도리는 그의 것이 아니라 천지대군(天地大君)의 도리입니다.

이 세상의 임금들의 명령을 지극히 조심하여 반포하고 따라야 하거든 하물며 이 세상 임금들의 명령보다 더 무섭고 더 두려우면서도 더 사랑스러운 천주의 명령이겠습니까? 천주는 전능하시고 지존하시며 모든 왕들보다 만배나 더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분이 명령하신는데 어떻게 그 종교를 소홀히 전할 수가 있으며 그것을 냉정하게 대하고 무관심하게 배울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은총의 도움으로 모든 형벌을 참아 받아야 하고 또 참아 받겠습니다. 그러나 배교는 하지 않겠습니다." 관장은 어느 때보다도 더 혹독한 매질을 시키고 옥으로 돌려보냈다.

이틀 후, 즉 6월 3일 그의 아내가 남편의 상태를 알아보고 그가 혹 무엇이 필요하지 않은 가도 물어보려고 왔다. 바오로는 "나는 고통도 없고 시장기도 느끼지 않소. 나는 매를 몇 대나 맞았는지도 모르오. 이 달 초열흘까지 먹을 식량만 있으면 충분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그는 더 긴말은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이 그에게 머지않아 순교하리라는 것을 알려 주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 달 8일, 관장은 그를 불러다가 그가 계속 배교하기를 거절하면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하였다. 바오로는 대답하였다.

"여러 해 전 천주교를 알게 된 그때부터 저는 천주를 위하여 죽는 것이 옳은 일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천주를 배반할 것을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그는 고문을 당하고 다시 옥으로 끄려갔다. 이튿날 그의 아내와 교우 서너명이 그를 보러 오자 그는 그자들이 있음으로 인하여 그가 무서워하던 어떤 충격을 받을까봐 그들에게 물러가 달라고 청하였다. 그들이 그대로 있으므로 그는 간청하였다. "왜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소. 만일 주께서 나를 붙들어 주시면 가장 혹독한 형벌도 참아 받기는 쉽지만 만일 주께서 나를 버리시면 아무리 작은 고통이라도 견디지 못할 것이요. 만일 내가 나약한데로 버려진다면 굳세게 있을 수가 없겠지만 예수, 마리아께서 나를 붙들어 주시니 아무것도 무섭지 않소. 제발 나를 버려두고 돌아가시오." 그래서 그들은 바오로를 괴롭히지 않기 위하여 물러갔다.

10일 아침, 포졸들이 와서 사형집행일이 되었다고 그에게 알렸다. 그는 기뻐 어쩔줄을 모르며 얼굴이 환해졌다. 관속들은 말하였다. "이 사람이 옥에 갇힌 뒤로부터 고문을 당하지 않으면 마르고 창백하고 풀이 죽어 있고, 오히려 형벌을 당하면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오늘 그가 죽을 것임을 알려주니까 그 어느때보다도 얼굴이 더 환한것 같으니 참 놀라운 일이다."

그 날은 그를 장터에서 조리 돌린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작은 칼을 쓰고 형구를 든 포졸들에게 둘러쌓여 형장으로 나아갔고 그 뒤에는 관장이 따랐다. 관장은 말에서 내려 그를 고문하라고 명하였다. 그러자 형리들은 그를 엎어놓고 머리를 머리칼로 형틀에 잡아매고 두 팔은 큰 돌에 묶어 놓았다. 그가 질식할 정도까지 칼을 죄고 망나니 여럿이 삼모장으로 도끼로 치듯 치니 매번 상처가 났다. 관장은 그에게 배교하기를 원치 않느냐고 다시 물었다. 바오로는 기진맥진하여 대답을 못하였다.

그때 포졸하나가 가까이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배교하고 싶으면 아직도 때는 늦지 않았다." 순교자는 남은 힘을 다하여 외쳤다. "결코 할 수 없소." 그의 입술은 새카맣게 타 있었고, 생명의 입김이 겨우 붙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몇 분 후에 그는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말하였다. "성모마리아여, 하례하나이다." 그리고 나서 죽은 듯이 쓰러졌다. 그러는 동안 외교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저놈 때문에 가뭄이 이렇게 심하고 우리가 굶어죽게 되었으니 저놈을 발로 차서 끝장을 내야겠다." 군중이 그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의 아내가 그를 도우려고 가까이 오려 하였다. 군중은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떠다밀고 욕설을 하고 때리고 발로 밟고 하였다. 그는 실신하여 떠메어져 나갔다.

바오로가 의식을 회복하자 官長은 그를 세 번째로 치게 하였다. 그의 다리는 무릎 밑에서 부러졌다. 부러진 뼈가 허옇게 드러나고 골수가 땅에까지 흘러내렸다. 결박을 풀어 주었을 때 그는 땅에 누운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칼을 벗기지 않은 채 거적을 올려 포졸 내명이 옥으로 들여다 놓고 문을 단단히 잠갔다.

관장은 말하였다. "누구든지 저놈에게 물 한 잔이라도 주면 저놈같이 죽이겠다." 이틀 동안 순교자는 아무 위안도 받지 못하였고, 아무도 그가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12일 저녁때쯤 관장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옥에 가서 저 천주교인을 밖으로 끌어내어 얼굴을 들여다보고 맥을 집어보라. 그래서 아직 살아있으면 아주 죽여버리고, 와서 보고하라." 포졸들은 이 명령을 집행하여 돌과 몽둥이로 어떻게나 그를 짓이겨 놓았던지 손바닥만 빼놓고는 몸의 한 군데도 상처없는 곳이 없었다. 그런데도 아직 그의 숨은 끊어지지 않았었다. 망나니들이 관장에게 말하니 관장은 성이 나서 대답하였다. "네놈들이 그놈을 끝장내지 않으면 네놈들을 모두 쳐 죽이게 하겠다."

그러니까 그들은 옥으로 다시 가서 이번에는 순교자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갈 때까지 그들의 분을 마음껏 발산시켰다. 그러나 관장은 그가 다시 살아날까봐 시체에 계속 형벌을 가하게 하였다. 포졸 하나가 그 가슴위에 칼머리를 대고 그 위에 올라갔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피가 콸콸 쏟아져 나왔다. 시체는 이미 사람의 형상을 갖추지 않았다. 거적으로 시체를 덮어놓고 밤새 지켰다. 이튿날 시체는 관장의 명령으로 묻혔다.그러나 7-8일 후에 한 십리쯤 덜어진 데 사는 교우들이 시체를 찾아다가 그들 동네에 예를 갖추어 장례 지냈다. 이도기(李道起) 바오로의 나이는 56세였으며, 그가 순교한 날은 천주강생 1798년 6월 12일이었다. 옥사장이는 미망인을 위로하기 위하여 말하였다.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왜냐하면 12일 밤에 큰 광채가 당신 남편의 시체를 둘러싸고 있는 것을 내가 보았기 때문이오."

(샤를르 달레著,한국천주교회사 역본 상권p.40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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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font size=3>39. 원시보 야고보 (1730~1799년) [1] 기도방지기 2011.06.05 1152
76 <font size=3>원경도 요한 .... [1] 기도방지기 2011.06.05 1109
75 <font size=3>38. 원경도 요한 (1774~1801년) [1] 기도방지기 2011.06.05 1055
74 <font size=3>37. 안군심 리카르도 (1774~1835년) [1] 기도방지기 2011.06.05 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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