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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들고 다닐 수 없는 가방

2011.01.28 13:05

노순민 조회 수:1229

||0||0지난해인가 딸에게서 핸드백을 선물 받았는데,
들고 다닐 수가 없어  가만히 보관해두고 지켜만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들고 다니기에 너무나 고급스러워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몇 백만원짜리로 오해하지는 마세요.  어디까지나 제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ㅎㅎ
오해하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 굳이 변명을...ㅎㅎ

언젠가 혼자서 수도원 피정을 다녀온 일이 있는데,
그곳에서 나는 너무나 홀가분하고 편안함을 느꼈다.
순례자의 방에 있는 집기들이 너무나 소박하고 간소했기 때문이다.

방안에는 아주 작은 책상과 세면대와 옷장과 이불 한 채가 있었는데,
소박한 방안의 풍경이 나를 무척이나 행복하게 했다.
창문너머 보이는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고

다음날 아침에 바라본 파란하늘과 푸른 바다와
꽃과 나무와 새싹들은 너무나 곱고 아름다웠다.
창조주가 아니고서는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자연을 통해 느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은
세상을 다 가진 것보다도 풍요롭고 행복하게 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나는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을 버리고 빈손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갖고 살았기 때문에
풍요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제 서야 더 갖기 위한 욕심을 버릴 수 있었고,
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때 나는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비싸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이
나 자신과 하느님 앞에 부끄럽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간소하고 소박한 차림이 남들이 보기에는 초라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비싸지 않고 평범한 물건들이 편안하고 좋다.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하느님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또 어려운 형편에 좋은 것을 입고 먹고,
들고 다니는 것이 형평상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딸은 더 좋은 가방을 선물하고 싶었을 것이다.

간소하고 소박한 차림으로 다니는 엄마가 초라하게 보이는 게
속상하고 마음 아팠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내가 나다운 것 같아서 편안하고 좋다.
그렇다고 좋은 게 싫은 것은 아니다.
다만 나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은 것이다.

딸에게는 미안했지만 팔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필요할 때 들고 다니라고 했다.
그것이 마음 쓰였는지 딸은 그보다 저렴한 것으로 가볍고 예쁜 것을 다시 구입해주었다.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딸에 사랑을 들고 다니며,
그분의 은총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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