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글...
2010.08.28 00:50
||0||0시아버님의 문자메시지
내게는 특별한 두 개의 핸드폰이 있다.
한 개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폰을 사드렸었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해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러 나가신 후
'띵동'하고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아버님에게 치매증상이 온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여사, 비가 와서 우산 가지고 마중 나가려는데
몇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 거라."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 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너희 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았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줄 알고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 못했던 것도 다 안다... 미안하다.. 얘들아.."
그날 이후 아버님은 어머님 핸드폰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 주은혜 (새벽편지 가족) -
핸드폰에 담은 그리움,
하늘나라에도 닿겠지요?
이제 어머니의 자리에 어머니만큼
마음 따뜻한 며느리가 있으니 든든하네요.
댓글 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0 | 크리스챤 금언 | 기도방지기 | 2011.07.17 | 1333 |
99 | 복되신 성모님께서 메쥬고리아에서 증인 미리아나에게 주신 메세지 [1] | 작은영혼 | 2012.07.09 | 1329 |
98 | 사제를 위한 연가 | 이은주 | 2010.09.08 | 1327 |
97 | 예비 신자를 위한 권고의 말씀 [3] | 노순민 | 2011.01.11 | 1325 |
96 | 행복한 병원 | 노순민 다리아 | 2011.01.28 | 1324 |
95 | 고마운 분들께 마음의 성찬을 [2] | 노순민 다리아 | 2011.01.11 | 1320 |
94 | 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 | 토월본당이순실안젤라 | 2010.10.07 | 1303 |
93 | 2013년도 상반기 명례성지 특강 안내 [1] | 김덕곤 요한 | 2013.02.13 | 1302 |
92 | 등업은 어떻게 하나요? [3] | 최영철(토마스)(신월본당) | 2010.08.31 | 1299 |
91 | 칠삭둥이 | 노순민 다리아 | 2011.01.17 | 1286 |
90 | 이제야 알게 된 일상의 행복 | 노순민 다리아 | 2011.01.28 | 1265 |
» |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글... [2] | 순수 | 2010.08.28 | 1263 |
88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 노순민 다리아 | 2011.01.17 | 1259 |
87 | 쉬는 교우와 비신자들에게 드리는 글 3 [3] | 노순민 | 2011.06.20 | 1247 |
86 | 내 친구이신 예수님 | 노순민 다리아 | 2011.01.17 | 1245 |
85 | 잠시 머물다 가는 순례 길 | 노순민 다리아 | 2011.01.18 | 1235 |
84 | 사제를 위한 연가/이 해인 수녀님 | 김창호(다니엘) | 2011.07.20 | 1233 |
83 | 주님과 일치를 이룬 시간들 1 [1] | 노순민 | 2011.06.10 | 1233 |
82 | 감히 들고 다닐 수 없는 가방 | 노순민 | 2011.01.28 | 1229 |
81 | 명례성지 자원봉사 인증서 발급 | 김귀자마리아 | 2011.07.26 | 1224 |
나도 모르게 눈물이 ㅇ ㅇ ㅇ
주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