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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글...

2010.08.28 00:50

순수 조회 수:1263



||0||0시아버님의 문자메시지

내게는 특별한 두 개의 핸드폰이 있다.
한 개는 내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하늘나라에 계신 시어머님 것이다.

내가 시부모님께 핸드폰을 사드린 건 2년 전,
두 분의 결혼기념일에 커플폰을 사드렸었다.

문자기능을 알려 드리자 두 분은 며칠 동안
끙끙대시더니 서로 문자도 나누시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해 시어머님이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유품 가운데 핸드폰을 내가 보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날 무렵,
아버님이 아파트 경비 일을 보러 나가신 후
'띵동'하고 어머님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여보, 오늘 야간조니까 저녁 어멈이랑 맛있게 드시구려."
순간 나는 너무 놀랐다.
혹시 어머니가 돌아가신 충격으로
아버님에게 치매증상이 온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함이 몰려왔다.

그날 밤 또 문자가 날아왔다.
"여보, 날 추운데 이불 덮고 잘 자구려. 사랑하오."
남편과 나는 그 문자를 보며 눈물을 흘렸고,
남편은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아버님은 그 후,
"김여사, 비가 와서 우산 가지고 마중 나가려는데
몇시에 갈까요? 아니지... 내가 미친 것 같소... 보고싶네...." 라는
문자를 끝으로 한동안 메시지를 보내지 않으셨다.

그리고 얼마 후, 내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어미야, 오늘 월급날인데 필요한 거 있니?
있으면 문자 보내 거라."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네. 아버님. 동태 2마리만 사오세요" 하고 답장을 보냈다.
그 날 저녁 우리 식구는 아버님이 사오신 동태로
매운탕을 끓인 후, 소주 한 잔과 함께
아버님이 하시는 이야기를 묵묵히 들었다.

"아직도 너희 어미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다.
그냥 네 어머니랑 했던 대로 문자를 보낸거란다.
답장이 안 오더라... 그제야 네 어머니가 돌아가신 걸 았았다.
모두들 내가 이상해진 줄 알고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 못했던 것도 다 안다... 미안하다.. 얘들아.."

그날 이후 아버님은 어머님 핸드폰으로
다시 문자를 보내지 않으신다.
하지만 요즘은 내게 문자를 보내신다.
지금 나도 아버님께 문자를 보낸다.
"아버님. 빨래하려고 하는데
아버님 속옷은 어디다 숨겨 두셨어요?"

- 주은혜 (새벽편지 가족) -


핸드폰에 담은 그리움,
하늘나라에도 닿겠지요?
이제 어머니의 자리에 어머니만큼
마음 따뜻한 며느리가 있으니 든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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